Special Report : 특별기획
수도사들의 성스러운 인문학서재
비블리오테카 말라테스티아나 Biblioteca Malatestiana
에디터: 지은경,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사진제공: Biblioteca Malatestiana
세계적으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장소들은 그 치열한 세월의 변화 속에서 처음과는 다른 모습을 띠거나 텅 빈 유적의 터만 남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비블리오테카 말라테스티아나는 15세기 중세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또 도서관은 어떤 형태의 공간을 이루고 있었는지 잘 보여준다. 전쟁과 시간의 거침없는 공격에도 거친 껍질 속 아름답고 영롱한 진주알을 처음 그대로 지켜내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하고 책을 저술하던 당시 수도사들이 앉았던 책상, 그들이 바라보던 창문과 마시던 공기가 이곳에는 아직 그대로 머물고 있다.
수도사들의 인문학서재인 말라테스티아나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곳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설립일부터 지금까지 건축물과 가구, 그리고 서적을 완벽하게 보존해오고 있는 도서관이자 이탈리아 최초의 권위 있는 문화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당초 수도사들을 위한 공간이었던 만큼 말라테스티아나에서는 신학 및 성경 저술에 관한 연구를 포함, 과학과 철학, 고전문학 등의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곳에서 저술된 서적들은 인쇄기술이 출현하기 전인 15세기 중반의 것들임에도 경이로우리만치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어 전 세계 학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컬렉션은 현재 르네상스 시대의 귀중한 인문학 자료로써 체세나Cesena 본관에 전시 보관되어 있다. 도서관의 기원은 그 이름처럼 체세나의 마지막 주인인 말라테스타 노벨로Malatesta Novello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15세기 중반 말라테스타는 성 프란시스 수도원장의 지시로 새로운 도서관을 짓는 프로젝트를 맡았고, 이에 1447년경 건설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서관 대문 옆에 있는 대리석 비문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도서관이 완성된 것은 그로부터 5년 뒤인 1452년의 일이다.